지난 4년 동안의 교수회 활동을 돌아보며

채혜연 (음악교육과)

경상대학교 교수회가 그동안 대학 민주화와 대학 자치의 시금석으로 평가되었던 것은 국립대학 중 가장 먼저 직선제를 학칙으로 규정하고 1990년 제4대 총장임용후보부터 2011년 제9대 총장임용후보를 직선제로 선출하였기 때문이었다. 물론 제7대 총장선출에서 나타난 대학구성원 사이의 갈등이 있었지만 대학구성원 지혜로 경상대학교 대학평의원회가 현재와 같이 교수, 직원, 학생 등 대학구성원 모두의 대표로 이루어지는 계기가 되었다. 나는 경상대학교 교수회와 대학평의원회의 위상에 자부심을 늘 가지고 있었고, 2012년 3월 사범대 교수회 부회장으로서 대학평의원회에 참석하였다. 그러나 이미 대학민주화의 가치가 훼손되고 있었다.  

2012년 1월 교육과학기술부는 “제2단계 국립대학 선진화 방안”을 발표하고 “총장직선제 개선” 방침을 밝혔다. 같은 해 3월, 우리 대학은 “교육역량강화사업”에서 불이익을 받지 않기 위해 “경상대학교는 향후 선거방식이 아닌, 구성원의 의사를 반영할 수 있는 새로운 총장선출방식을 자율적으로 도입한다.”고 교육과학기술부와 MOU(양해각서)를 체결하였다. 이후 교수평의원회와 대학평의원회는 2012년 8월부터 총장임용후보 선출과 관련된 학칙 조항들을 변경하고 관련 규정들을 제정하거나 개정하는 과정을 대학본부와 힘들게 진행하였다. 그런 과정에서 총장은 2014년 1월 법제업무운영규정을 제정하여 공포하였다.

나는 2014년 3월부터 사범대 교수회장으로서 대학평의원회에 계속 참석하였다. 특히 2014년은 전국 국립대학교가 교육부의 거센 압박에 직면했던 시기였다. 교육부는 총장 선거의 직선제적 요소 삭제와 지방대 특성화사업, 대학구조개혁 등을 가지고 대학의 자율권을 침해하기 시작하였다. 우리 대학 37명의 교수를 포함하여 전국적으로 200명의 교수가 2014년 6월 13일 국회 헌정기념 대강당에서 ‘국립대 살리기 전국교수대회’에 참석하였다. 여기서 우리 교수들은 ‘상호약탈식 성과급적 연봉제 폐지’, ‘지방대를 죽이는 구조조정안 철회’, ‘국립대 재정회계법안 폐기’, ‘총장직선제 폐지 반대’ 등을 주장하였다. 이 대회에 문재인 의원, 손학규 의원, 배재정 의원 등이 참석하였다. 문재인 의원은 격려사를 통해 교육의 공공성이 심각하게 훼손되고 있는 현장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대학교육이 나아가야할 방향은 공공성 확대임을 주장하였고 우리 국립대 교수들은 ‘문재인 대통령’이라고 환호했다. 이후 각 대학의 대표 교수가 참여하는 ‘국립대학을 살리기 위한 1인 시위’가 진행되었고 우리학교는 7월 11일 오전 10시부터 12시까지  광화문 이순신 장군 동상 앞에서 릴레이로 1인 시위를 하였다.

2015년 8월 17일 부산대학교 故 고현철 교수가 총장 직선제를 요구하며, 우리가 민주화에 대한 감각이 무뎌졌다는 유언을 남기고 투신했다. 이후 전국 국‧공‧사립대 교수들이 여의도 국회 앞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고 거리 행진과 함께 여‧야 당사를 항의 방문하며 시위했다. 여기서 대학 자율성 회복을 요구하며 故 고현철 교수를 추모했다. 우리 대학 교수를 포함하여 전국 각 대학에서 오신 1,000여명의 교수들이 함께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경상대학교 교수회는 전체 교수의 서면투표에 의해 직선제 규정안을 마련하였으나 법제심의위원회에서 부결되었다. 이에 따라 경상대학교 대학본부 앞 교수회의 천막농성, 그리고 교수회장, 부회장의 단식투쟁이 총장실 앞에서 계속되었다. 우여곡절 끝에 2016년 1월 13일 교수회 임원진과 대학본부가 합의한 ‘경상대학교 총장임용후보자선정에 관한 규정(개정안)’이 만들어졌다. 우리 대학은 총장 임용 후보자를 선출하였고, 나는 2016년 2월 말 교수회와 대학평의원회의 의원 임기를 마쳤다. 

나는 시간이 지나면서 교육부와 현실정치에 타협하여 직선제를 포기했던 것이 마음의 상처로 남았다. 심한 자괴감에 빠져있을 무렵, 우리대학 민교협 교수들을 포함하여 전국에서 모인  교수들과 함께 2016년 11월 12일 3차 촛불집회에 처음 참석하였다. 이후 혼자 매주 토요일 광화문 촛불집회에 갔다. 촛불을 든 시민들과 광화문 광장을 행진할 때는 2014년 이순신 장군 동상 앞 1인 시위가 생각나기도 했다. 평화적 시위와 비폭력적 집회로 민주주의를 회복시킨 촛불시민혁명은 2017년 5월 9일 새로운 민주정부를 창출해냈다. 문재인 정부는 100대 국정과제의 하나로 ‘교육 민주주의 회복 및 교육자치 강화’, ‘2018년부터 국립대 총장후보자 선정방식과 재정지원 사업 연계 폐지’를 선언하였다.

경상대학교 대학평의원회와 교수회 의원으로서 대학의 학칙 및 규정의 제정 및 개정, 대학 재정의 예산과 결산을 심의하면서 경상대학교 캠퍼스와 서울의 여의도, 광화문 거리에 나가 시위하며 지낸 4년은 내가 경상대학교와 대학구성원들을 이해하고 사랑하게 된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경상대학교가 위기를 맞을 때마다 서면투표 등을 통해 대학민주화에 앞장 서 주신 경상대학교 모든 교수님들께 감사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