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평의원회 재정사무분과위원회 활동에 대한 회고

조명제 (의학전문대학원 미생물학교실)

대학평의원회 재정사무분과위(재정분과위)는 대학평의원회의의 심의ㆍ의결 사항 중 사무국에 해당하는 사항 및 기타 재정ㆍ시설에 관한 사항을 심의하는 것으로 규정되어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지난 2012년 대학평의원회 재정분과위원회 위원장으로 활동하며 심의한 활동들을 회고하고자 합니다. 재정분과위의 활동으로는 기성회계 세입ㆍ세출 예산편성안, 기성회계 세입ㆍ세출 결산안, 기성회계 세입ㆍ세출 추가경정예산편성안 및 예비비사용안 심의 등이 있습니다. 본 회고에서는 이러한 활동 중 기성회 세입ㆍ세출 예산편성안 심의 활동을 중심으로 기술하고자 합니다.

우리 대학은 2012년을 맞아 제9대 신임 총장의 집무가 벽두에 있고 16대 교수회장이 선출된 교수회도 3월에 새로운 집행부가 구성되어 일을 시작함으로써 외형적으로는 새로운 의욕과 기운이 태동하는 형세였습니다. 대학의 모든 구성원들도 새로움에 대한 설렘과 기대감에 차 있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러나 2011년도에 사회적 문제로 제기된 반값 등록금의 논란이 정부 정책으로 입안되면서 이를 대학 현장에 바로 적용시켜야 하는 것이 당면 과제였습니다. 사회 전반적인 호응을 기반으로 반값 등록금 정책을 실현하는 과정에서 교과부는 대학 운영비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기성회비의 인상 불허는 물론이고, 등록금 인하률을 기준으로 국가 장학금 배분액을 결정하였습니다. 우리 대학은 장학금 배분액을 극대화하는 방안으로 기성회비 부분을 6.5% 감액하여 등록금을 책정하였습니다. 이로써 전년도에 비하여 기성회계 수입이 감소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하였고 새로운 대학 집행부에서도 예산을 수립하는 데 어려움이 많았지만 이 예산안을 받아 심의해야 하는 대학평의원회 재정분과위원회에서는 더욱 큰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더구나 예산편성 지침을 통해서 기존에 지급되던 교재개발비 및 직원업무성과활성화 지원비가 대폭 삭감될 계획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학내의 실망스러운 분위기가 역력하였고, 이는 분과위원회가 예산편성안을 심의하는 데 있어 부담이 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2012년 1월 18일자로 327차 대학평의원회에서 2012년도 기성회예산 편성 기본 지침이 통과된 후 이를 토대로 본부는 2012년도 기성회계 세입ㆍ세출 편성안을 작성하여 2월 22일에 대학평의원회로 제출하였습니다. 그러나 재정분과위 위원의 절반이 2월 말로 임기가 종료되고, 또한 교수회의 새로운 집행부가 3월 1일부터 업무를 시작하기 때문에 새로운 집행부 하에서 예산을 심의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판단에 3월부터 심의를 시작하기로 결정했습니다. 3월 2일 예산 심의를 위한 분과위 1차 회의를 갖고 예산 심의의 일정과 기본 방향을 다음과 같이 결정했습니다.

원칙적으로 제로베이스에서 모든 예산을 검토한다. 짧은 시간에 예산을 심도 있게 심의하기 위해서는 교수회 집행부와 교내의 각종 전문가를 참여시킨다. 학생들을 위한 예산은 삭감하지 않는다. 경직성 경비는 삭감하지 않는다. 각 대학별 예산은 삭감하지 않는다. 식비, 여비, 회의비, 회의수당, 그리고 신규 사업은 필요성, 타당성 및 합리성을 기초로 검토한다. 심도 있는 심의를 위해서 2011년도 기성회계 예산 편성과 실적 내역, 일반회계의 11년도 세입ㆍ세출예산 실적, 그리고 2012년도 일반회계 및 산학협력단(산단)회계의 내역이 필요하며 이들 자료를 본부에 요청한다. 모든 결정 사항은 위원들의 합의를 원칙으로 한다. 그리고 본부 부처 항목을 4부분으로 나누어 위원별로 집중 검토하여 다음 회의에서 논의하여 종합한다. 본부에서는 예산 심의를 3월 대학평의원에서 의결해 주기를 요청하였는 바, 이 점을 존중하여 3월 14일 대학평의원회 전에 분과위원회 안을 대학평의원회에 제출한다고 결정하였습니다. 그리고 3월 6일에 2차 회의를 개최하기로 하였습니다.

3월 6일에 개최된 분과위 2차 회의에서는 기획처장과 부처장으로부터 예산안 편성에 대한 총괄적인 개요를 청취하였습니다. 본부 부처를 4개 부분으로 나누고 위원별로 검토한 내용을 논의하여 전액 삭감, 서면 자료 요청, 위원회 참석 요청으로 구분하였습니다. 위원회에서 1차 심의하여 정리한 내용을 본부에 전달하였습니다. 본부로부터 분과위의 질의 사항과 요청 자료를 전달 받았으며, 3월 8일과 12일에는 분과위 질의 사항을 부서별로 설명을 들었습니다. 마지막인 3월 13일에는 지금까지 회의를 통해 도출된 심의안을 토대로 부서별 추가 질의와 답변을 받았습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하여 본부 부처의 모든 사업을 제로베이스에서 검토하여 분과위 최종안을 완성하였으며, 이를 대학평의원회에 제출하고 재정분과위원회심의안이 대학평의원회에서 최종 심의ㆍ의결되었습니다.

예산 편성안을 심의하면서 느낀 소회는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대학평의원회가 본부에서 편성한 예산안을 심의ㆍ의결하는 것이 예산의 합리적 운용을 위해 필수적인 과정이라는 점입니다. 사실 이번 예산 심의 과정 중에서 잘못 편성된 예산과 불요불급한 부분을 다수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우리 대학이 기성회계 운용에 있어 다른 대학에 비하여 내용적으로 건전성을 유지하고 있다고 평가받고 있는 점은 대학평의회의 기성회예산 심의ㆍ의결권의 역할이 크다고 판단됩니다. 현재 우리 대학과 같은 대학평의원원회가 운영되지 않고 있는 다른 대학에서도 관심을 가져야 할 사항으로 판단됩니다. 그리고 현재 정부와 국회에서 논의되고 있는 일반회계와 기성회계의 재정일원화가 이루어지더라도 대학평의원회의 예산 심의ㆍ의결권은 훼손되지 않아야 할 것입니다.

둘째, 신규 사업은 어떤 형태로든 대학평의원회의 타당성 검토를 받아야 할 것입니다. 특히 총장의 공약 사업이라 하더라도 기성회계 예산이 투입되는 사업은 대학평의원회에서 타당성을 철저히 검증해야 할 것으로 판단됩니다.

셋째, 기성회계 예산으로 인건비를 지원하는 인원의 증원은 대학평의원회에 최종 의결을 받는 절차가 필요하다고 판단됩니다. 인건비의 부분은 경직성으로 전체 예산 운영에 큰 걸림돌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넷째, 산단회계 중 간접비 집행에 관련된 예산은 대학평의원회의 심의ㆍ의결이 필요하다고 판단됩니다. 본부의 연구진흥위원회를 통하여 산단예산의 운용이 충분히 검토되고 그 내용이 공개된다고 하지만 이는 대학평의원회의 심의ㆍ의결과 결산과는 성격이 다르다고 사료됩니다. 대부분 교수들이 본인이 수주한 연구비의 간접비가 어떻게 운용되고 있는지 알고 싶어 합니다. 지금까지 간접비를 이용한 사업의 타당성을 공개적으로 검토해 본 적이 없었다고 생각되며, 이러한 점 때문에 대부분의 교수들이 여기에 대한 궁금증을 가지고 있습니다. 또한 각종 지원 명목으로 기성회계로 편입되는 예산이 적절한지에 대한 평가도 받아야 할 것입니다. 결론적으로 대학평의원회의 심의ㆍ의결을 통하여 간접비의 운영에 대한 구성원들의 동의를 받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판단됩니다. 이러한 점에서 지난 5월 대학평의원회가 교수평의회에 산학협력단 예산 심의 권한을 가질 수 있도록 권고한 내용을 본부에서 거절한 사항은 아쉬움을 남기는 결정이라 사료됩니다. 이 문제는 앞으로도 계속 협의하여야 할 사항이라고 판단됩니다.

지면을 이용하여 지난해 기성회계 예산심의에 관여하여 주셨던 모든 분들에게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자 합니다. 대학본부의 모든 관계자들이 짧은 시간에도 불구하고 위원회에서 요청하는 각종 질의 사항에 대하여 답변 자료를 충실히 작성하였고 또한 위원회에 직접 참석하여 설명하였습니다. 또한 예산 심의에 참고 자료로 필요한 일반회계와 산단회계자료를 비롯한 각종 자료를 마련하여 줌으로써 예산 심의를 효율적으로 할 수 있도록 도와주신 점에 대해 분과위원회를 대표하여 심심한 감사의 말씀을 올립니다. 이와 더불어 예산의 삭감으로 사업 수행에 어려움을 초래한 부분도 있었을 것으로 판단되며 해당 부서의 관계자께 죄송하다는 말씀을 전하고자 합니다. 전체 예산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위원회의 의견 수렴 과정 중에 논란이 된 부분 중 어떤 항목은 예산을 삭감할 수밖에 없었던 안타까운 경우도 있었습니다. 사업 수행에 구성원의 동의를 구하는 하나의 과정임을 이해해 주시기를 당부 드립니다. 마지막으로 빈번한 횟수에도 불구하고 매번 회의 때마다 적극 참여하여 주시고 5시간이 넘는 긴 시간을 휴식도 없이 심의를 강행하는 데 동참하여 주신 재정분과위 모든 위원님들께 더욱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리면서 글을 마무리하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