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대 총장 선출, 그 험난했던 과정을 돌아보며

권오현 (제17대 교수회부회장, 역사교육과)

2016년 6월 7일, 경상대학교 제10대 총장으로 이상경 교수가 임명됨에 따라 길고도 험난했던 총장 선출의 과정이 종료되었다. 2012년 3월 교육부의 강압에 따라 총장 직선제가 폐지된 후부터 시작된 고난의 역정은 4년여의 기간 동안 지속되었다. 그 동안에 교수회 정책국장(2012년 3월-2014년 2월)과 부회장(2014년 3월-2016년 2월)을 맡아 구성원의 의사가 반영되는 자율적인 총장 선출을 위해 노력하였던 필자로서는 이 원고를 작성하면서 만감이 교차한다.

이명박 정부부터 시작해 박근혜 정부까지 지속된 소위 ‘국립대학 선진화 방안’은 실제로는 치밀하게 계획된 국립대학 통제 방안이었고, 그중에서도 총장 직선제 폐지는 6.10 민주화 항쟁을 통해 어렵게 쟁취하였던 대학의 민주주의를 심각하게 훼손하고 후퇴시키는 방안이었다. 총장에게 무소불위의 권한을 부여하는 한편, 정권의 구미에 맞는 총장을 선출하도록 유도하여 대학을 통제하기 위한 술책이었던 것이다. 제16대 교수회와 제17대 교수회는 이와 같은 정부의 강압적이고도 집요한 총장 직선제 폐지에 맞서 구성원의 의사가 반영되는 민주적이고 자율적인 총장 선출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혼신의 노력을 기울이며 온갖 지혜를 짜내어 대응하였다.

제10대 총장 선출이 이루어지기까지 3차례에 걸쳐 총장 선출 규정이 만들어졌다. 첫 번째 규정은 대학 구성원의 의견 조사 결과를 반영함으로써 직선제적 요소를 유지하기 위한 것이었다. 두 번째 규정은 총장 직선제를 회복하기 위한 것이었다. 세 번째 규정은 대학 구성원의 정책 평가 결과를 반영해 총장임용후보자를 선정하는 것이었다. 3차례의 규정 모두 대학의 자율성을 지키고 대학 구성원의 의사를 민주적으로 반영한다는 정신을 관철하기 위한 것이었다는 점에서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각각의 규정마다 그것이 만들어지기까지는 끊임없는 투쟁과 연구, 고뇌에 찬 결단이 요구되었다. 대학 구성원의 지지를 얻기 위한 각종 홍보 활동, 교육부와 대학 본부의 간섭과 방해에 맞선 저항과 투쟁, 대학에 돌아올지도 모르는 불이익을 최소화하면서 대학 구성원의 의사를 반영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연구와 노력 등이 어울러져 그와 같은 규정들이 만들어진 것이다.

돌이켜 보면, 그러한 과정에서 가장 인상에 남는 3가지 장면이 있다. 첫 번째 장면은 2012년 3월 29일 대학본부가 실시한 총장 직선제 폐지 투표 결과가 발표된 날이다. 그에 앞서 교수회는 총장 직선제 유지 여부에 대한 교수들의 의견을 묻는 긴급 이메일 여론 조사를 실시하였고, 총 401명의 교수가 참여해 총장 직선제 유지 297명, 폐지 98명, 기권 6명이란 결과가 나왔다. 하지만 대학본부의 투표에서는 총 521명의 교수가 참여해 찬성 478명, 반대 43명이라는 정반대의 결과가 나왔다. 이러한 결과를 접했을 때 느낀 실망감과 좌절감은 지금도 생생하게 떠오른다. 하지만 다시 마음을 추슬러 여론 조사라는 직선제적 요소를 반영한 새로운 총장 선출 규정과 시행세칙을 만들어내고, 그것을 관철하기 위해 대학본부와 지속적으로 교섭하고 투쟁하였다.

두 번째 장면은 2015년 10월 8일 총장 직선제 회복을 위한 서면표결의 개표가 이루어진 날이다. 2015년 8월 17일 부산대 고현철 교수의 투신으로 촉발된 총장 직선제 회복을 위한 활동은 성금 모금, 전국교수대회 개최, 총장 직선제 규정 마련과 공청회 실시 등으로 전개되었고, 10월 5일부터 8일까지는 전체 교수를 대상으로 총장 직선제 회복을 묻는 서면표결이 실시되었다. 서면표결의 개표 결과, 총 681명(투표율 91.5%)의 교수가 참가하여 571명(83.9%)이 총장 직선제 회복에 찬성하였다. 개표를 진행하면서 총장 직선제 회복에 대한 교수들의 열망에 뜨거운 감동과 함께 큰 보람을 느꼈다.

세 번째 장면은 2016년 2월 23일 제10대 총장 선출을 위한 정책평가와 최종 총장임용후보자 선정이 이루어진 날이다. 권순기 총장의 거듭되는 약속 폐기와 대학본부의 비협조로 결국 총장 직선제 회복은 좌절되었지만, 정책평가제라는 구성원의 의사가 반영되는 새로운 방안을 고안하여 제10대 총장 선출이라는 과제를 해결하게 된 것이다. 총장후보공모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23일 당일의 전체 과정을 진행하면서, 4년간의 험난했던 과정을 되돌아보게 되었고 감회가 새로웠던 기억이 난다.

제10대 총장 선출 과정을 되돌아보면, 애당초 목표로 하였던 직선제 회복을 실현하지 못한 것이 큰 아쉬움으로 남는다. 하지만 직선제의 정신을 담은 정책평가제 총장 선출 규정을 마련하여 제10대 총장 선출을 큰 하자 없이 이루어냈던 것에 대해서는 그나마 다행스럽게 생각한다. 우리 대학에서 만든 총장 선출 방식은 그 뒤에 실시된 강원대, 한국해양대, 부경대 등 다른 국립대학의 총장 선출에서도 벤치마킹하여 도입되었다. 비록 직선제는 아니었지만, 구성원의 의사가 반영될 수 있는 직선제적 요소를 가진 민주적인 제도였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라 생각된다.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경상대학교 제10대 총장으로 2순위자인 이상경 교수가 임명된 것에 대해서는 아쉬움이 남는다. 대학의 안정과 발전이란 측면에서는 6개월여의 총장 공백 상태를 마감하고 출발하게 된 이상경 총장 체제가 그동안 적폐와 현안 과제를 민주적으로 해결하여 대학을 정상화하고 구성원의 지지를 확보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제대로 된 총장을 선출하기 위한 4년여에 걸친 각고의 노력이 헛된 것이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런 점에서 이상경 총장에게 부여된 역사적 책임과 의무는 막중하다는 것을 지적해 둔다.

소위 ‘국립대학 선진화 방안’을 내세워 총장 직선제 폐지를 강요하고, 간선제로 선출한 총장마저도 정권의 입맛에 맞지 않으면 임명을 거부하였던 박근혜 정부는 결국 국민들의 심판을 받고 몰락하였다. 2017년 5월 10일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이후 실시된 최근의 국립대학 총장 선출에서는 직선제가 부활하고 있다. 우리 대학의 제11대 총장 선출도 당연히 직선제 방식으로 실시되어야 할 것이다. 그를 위해서는 대학 구성원(교수, 직원, 학생)의 참여 비율 합의, 공정하고 깨끗한 선거를 실시하기 위한 대책 마련, 2015년 당시 총장 직선제 회복에 방해 요인이 되었던 「경상대학교 법제 업무 규정」의 개정 등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남아 있다. 구성원 간의 원만한 합의와 깨끗한 선거를 통해 제11대 총장 선출이 잘 이루어지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