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회 30년ㆍ대학평의원회 29년을 5분에 따라잡기
안성진 (제17대 교수회장, 정보통계학과)
경상대학교 교수회ㆍ대학평의원회가 걸어온 길을 위상과 절차의 변화의 관점에서 짚어봄으로써 교수회ㆍ대학평의원회의 존재 의의와 역할에 대한 공감대를 넓히고자 합니다.
[참고] 지난 30년간 교육부가 교육부, 교육인적자원부, 교육과학기술부, 교육부 등으로 개칭되어 왔지만 약칭으로는 모두 교육부라 하겠습니다. 그리고 아래의 기수 구분은 위상변화의 관점에서 필자가 편의상 구분한 것입니다.
1) 1기(비승인 학칙기): 1988년 7월 2일(제1차 대학평의원회) - 1992년 2월 19일(제63차 대학평의원회)
(1-1) 교수협의회가 출범하다
> 1987년 8월 28일, 대학의 민주적 자치기구로서 경상대 교수협의회가 출범함.
(1-2) 대학평의원회가 출범하다
> 경상대 교수협의회의 1988년 6월 23일 총회 의결에 따라 “대학안의 기구를 집행기구와 의결기구로 양분시켜 권한과 임무를 분산시키고, 대학의 주요 사항을 심의․의결하는 최고 기구로서 교수들의 대표로 구성되는 대학평의원회가 탄생”함.
> 평의원 자격은 평교수만이 가질 수 있었으며, 보직 교수들은 배제됨. 직원들은 참여하지 못했으며, 학생대표들은 1989년 2월 학칙개정 이후에 의결권 없이 의견개진권만을 가지고 대학평의원회의 참석이 보장되었으나 몇 차례 참석하고는 스스로 포기함.
> 1988년 7월 2일, 제1차 대학평의원회를 개최함. 이후 대학평의원회는 대학운영의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교수회의 대의기구로서 학칙 개정, 예산결산 심의, 교과과정 개편, 주요규정 제정 및 개정 등을 실질적으로 결정하는 최고 의결기구로서의 학내 위상을 사실상 유지함.
> 1989년 4월 6일, 대학평의원회를 교수평의회로 개칭하였으나 조직구성이나 기능은 동일하였음.
> 교육부는 우리 대학의 1989년 2월의 개정학칙을 상위법인 교육법 및 동법 시행령에 위반된다는 이유로 승인하지 않았으나, 학내에서는 개정학칙에 따라 사실상 행정 집행함. 한편 대외적으로는, 특히 교육부와의 관계에서는 개정이전의 학칙에 따라 행정절차를 집행하는 사태가 진행됨.
2) 2기(승인 학칙ㆍ비공포 규정기): 1992년 3월 11일(제64차 대학평의원회) - 2003년 7월 30일(제207차 대학평의원회)
(2-1) 개정 학칙이 교육부의 승인을 얻다
> 1992년 1월, “본교에 교수회와 대학평의원회를 두며, 그 세부사항은 따로 정한다.”는 정도의 규정(제14조 교수회, 제15조 대학평의원회)을 두는 학칙을 대학본부 주도로 개정하여 교육부의 승인을 받음. 이로써 교수회와 대학평의원회는 학칙상의 기구가 되었으나 교수회와 대학평의원회의 세부규정은 총장이 공포하지 않은 채 실질적으로 시행됨.
> 총장이 교수회와 대학평의원회를 학칙에 명시적으로 규정하지 않은 것은, 교육인적자원부가 고등교육법 제6조(총장의 학칙 제정 및 개정권) 및 제15조(총장의 교무통할권), 동법시행령 제4조 제3항(학칙 중 법령에 위반되는 사항이 있다고 인정되는 때의 교육부의 시정 요구권) 등의 규정에 따라 교수회와 대학평의원회의 의결권이 총장의 학칙 제정 및 개정권과 교무통할권을 침해하는 것으로 보고, 교수회와 대학평의원회를 자문기관 내지 심의기관으로 학칙을 개정하지 않을 경우 행정 및 재정적 제재조치를 취하겠다는 입장을 보여 왔기 때문임.
> 한편 이와 관련하여 ‘교수평의회’에서는 교수회규정을 개정하고 이와 별도로 대학평의원회규정을 마련하고 교수평의회를 다시 대학평의원회로 개칭하면서, 총장이 위촉하는 5인 이내의 보직자 평의원을 추가함. 본부 보직자중 교무처장, 학생처장, 기획처장, 대학원장 및 사무국장이 참여함. 그럼에도 불구하고 직원으로는 사무국장이 참여하고 학생은 전혀 참여하지 않음으로써 사실상 교수들의 대의기구로서 기능함.
(2-2) 제7대 총장선출을 둘러싼 갈등을 극복하고 대학평의원회의 틀을 새로 짜다
> 교수회와 대학평의원회가 학칙 상 명시적으로 규정된 법적 기구임에도 불구하고 그 세부규정을 총장이 공포하지 않아 완전한 법적기구가 아닌 상태로 교수들의 힘에 의해 기능하고 교수들의 직선에 의해 선출된 총장이 이를 무시하지 못하는 사실상의 최고 의결기구로 기능함. 이러한 법적 불완전성을 빌미로, 2002년 12월 우리 대학 제7대 총장 선거를 둘러싸고 직원들의 선거참여가 교수들에 의해 거부되자 직원들은 총장 선거를 주도하는 교수회와 대학평의원회가‘불법기구’라고 주장하면서 물리력으로 교수회와 대학평의원회의 운영을 저지하는 사태가 발생함.
> 2003년 4월 23일, 총장선출문제를 둘러싼 학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새로 구성된 교수회는 총장선출 문제를 해결하면서 동시에 근본적으로 대학의 운영에 대한 새로운 틀로서 교수뿐만 아니라 직원, 학생 등 대학구성원 모두의 대표가 참여하는 대학평의원회를 구성하고 이에 대한 규정을 학칙에 명시적으로 법제화할 필요를 인식함. 이를 반영한 교수회 및 대학평의원회 규정 개정안과 학칙 개정 결의안을 2003년 6월 17일 교수 임시총회에서 의결함. 이 대학평의원회 규정 개정안과 학칙 개정안은 2017년 12월 현재의 것들과 대동소이함.
3) 3기(공포 규정기): 2003년 10월 22일(제208차 대학평의원회) - 2017년 12월 6일 현재(401차 대학평의원회)
(3-1) 총장 직무대리가 교수회 규정과 대학평의원회 규정을 공포하다
> 2003년 9월 24일 총장 직무대리는 ‘경상대학교대학평의원회규정’과 ‘경상대학교교수회규정’을 정식으로 공포하고 이를 수용한 ‘경상대학교학칙중개정학칙’을 공포함.
> 이로써 대학평의원회는 학내 구성원인 교수, 직원, 학생 대표가 모두 참여하는 명실상부한 대학 전체의 대의기구 및 최고 의사결정기구로 대변신함.
> 그 동안 대학평의원회가 교수들만의 대의기구로서 교수들이 직원들의 일상적인 행정업무까지 관여하여 행정의 효율성을 저하시킨다고 생각하였기 때문에 직원들이 대학평의원회에 반대하였고 또한 학생들도 학사운영 특히 자신들의 이해가 첨예하게 걸린 기성회 예산편성 및 사용 등에 대한 의사결정에의 참여를 요구하였으나 이것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연례적으로 등록금 인상 반대 투쟁과 같은 물리적 힘의 행사를 해왔으나, 이제는 구성원 모두의 의사를 제도적으로 반영함으로써 직원들과 학생들이 물리적 힘을 행사할 소지를 근본적으로 해결함.
> 이전의 대학평의원회에는 총장이 위촉하는 5인 이내의 평의원(교무처장, 학생처장, 기획연구처장, 대학원장 및 사무국장)이 참여함으로써 의결기구로서의 대학평의원회의 성격이 희석되는 측면이 있었으나, 이들을 배제함으로써 집행기구에 대한 견제의 성격을 분명히 함.
> 대학평의원회의 의결의 효력은 고등교육법과 국립학교설치령이 정하고 있는 총장의 교무통할권 침해 시비에 유의하여 학칙에 ‘심의’로 결정함. 그러나 대학평의원회 규정 제5조 3항에서 “총장은 대학평의원회가 의결한 사항을 원칙적으로 수용하여야 하며, 이의가 있을 경우에는 15일 이내에 재심의를 요구하여야 한다.”고 명시함으로써 총장이 대학평의원회 결정을 존중해야 한다는 것을 분명히 함.
> 대학평의원회 및 교수회 규정과 아울러 이를 반영한 학칙 개정 공포로 지난 수년간 교육부가 시정을 요구해 온 학칙의 법체계상의 문제점을 해결하였으며, 대학평의원회 심의 안건을 중요 사항에 한정함으로써 행정 비효율화 우려를 제거함.
(3-2) 교육부의 교수회의 의결기능 관련 학칙조항의 시정요구를 넘어가다
> 2004년 3월 중순, 학칙의 교수회 관련 조항 중 교수회의 의결기능에 대한 교육부의 시정요구와 이에 대한 대학본부의 개정의견을 전달받음. 교육부가 시정을 요구한 조항은 아래의 학칙 제14조 제3항의 제3, 4호로 특정됨.
③ 교수회는 다음 사항을 심의ㆍ의결한다.
3. 총장선출에 관한 사항
4. 기타 교수회장이 부의하는 중요사항 결정
> 대학본부는 교육부의 요구대로 심의ㆍ의결을 심의로 개정하여 각종 행ㆍ재정적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을 개진함.
> 교수회는 교수회장단 연석회의, 전ㆍ현 교수회장단 간담회, 공청회, 교수평의원회를 개최하면서 중지를 모아가는 가운데 위 조항에 대해 교육부에도 명분을 주고 교수회의 위상도 지킬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접점을 찾아냄.
③ 교수회는 다음 기능을 가진다.
3. 교육공무원 임용령 제12조의 3에 명시된 “교원의 합의” 도출 주관
4. 기타 교수회장이 부의하는 중요사항 결정
> 교육부는 이 학칙개정안을 수용하였고, 이후 다른 국립대학들은 이 접점을 그대로 인용하여 교육부의 파고를 넘어갔음.
(3-3) 법제업무운영규정이 대학평의원회의 심의 없이 공포되다
> 2014년 1월 초, 총장은 법제업무운영규정을 제정하여 대학평의원회의 심의를 받지 않은 채 공포함.
> 2015년 10월 초, 고 고현철 교수의 비극적 투신 이후에 총장 직선제를 회복하려고 시도하는 과정에서 교수들의 서면투표에 의해 직선제 규정안이 마련되었고, 이 규정안은 법제업무운영규정이 규정하는 절차에 의거해 학무위원회와 대학평의원회에 상정되기 전에 법제심의위원회에 제출됨.
> 법제심의위원회는 그간 법률적 자문역할을 하는 것으로 이해되고 있었는데 절차적 정당성을 가지 못한 이 규정을 빙자하여 우리 대학의 사실상의 최고 의결기구로 올라섬. 즉 이 위원회가 직선제 규정안을 “부결”시킴으로써 총장은 대학평의원회에 직선제 규정안을 상정하지 못한 채 임기를 끝내게 되었고, 결국 직선제 규정은 빛을 보지 못하게 되었음. 이후 교수회는 고육책으로 교육부와 교감하면서 정책평가제규정안을 마련하였고, 2016년 1월말 규정안은 이 위원회의 “의결”을 얻은 후 학무회의와 대학평의원회를 거쳐서 시행됨.
> 이 규정은 총장 직선제로의 회복과정이 중단된 것에서 보았듯이 앞으로도 우리대학의 의사결정절차에 암초로 작용할 것임. 이 규정은 적법한 절차를 밟지 않으면 정당성의 결여 뿐 아니라 흔히 내용의 부실화도 함께 초래함을 잘 보여주고 있는바, 조속히 적법한 절차를 거쳐 개정되어야 할 것임.
(3-4) 대학평의원회의 기본적 표결방식이 거수 방식에서 기록표결 방식으로 바뀌다
> 2014년 말미에 대학평의원회의 기본적인 표결방식을 이전의 거수 방식에서 기록표결 방식으로 변경한 것은 대학평의원회의 의결절차를 더욱 투명하게 하고 평의원들의 책무성을 높였다는 점에서 절차상 진전이 있었다고 평가할 수 있을 것임.
(3-5) 대학평의원회의 의결사항이 훼손되는 일이 처음으로 벌어지다
> 2015년 7월, 대학평의원회는 대학본부가 상정한 재정회계규정제정안의 원안을 수정하여 의결하였는데, 대학본부는 원안대로 시행함.
> 이후 대학본부는 우여곡절 끝에 다시 적법한 절차내로 복귀하기는 하였지만 우리 대학의 대학평의원회 역사에 상처를 남김.
(3-6) 맺음말: 2017년 11월 9일 이전의 시각에서
앞에서 살펴 본바와 같이 때로 교수회가 맞이하던 어려움의 근원은 교수회나 대학평의원회에 대한 법적 뒷받침이 약하기 때문입니다. 즉 고등교육법(시행령 제4조제16호) 상 교수회나 대학평의원회는 법정사항이 아니라 학칙기재사항입니다. 만일 교수회나 대학평의원회가 법정사항이었다면 2015년에 그랬던 것처럼 교수회가 천막 농성할 이유도 없고 단식 농성을 할 이유는 더더욱 없을 것입니다.
다행스럽게도 우리 대학은 상위법을 최대한 포괄적으로 해석하여 학칙화하고 규정화하는 민주적인 전통을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 대학 학칙의 교수회 조항과 대학평의원회 조항이 그 예입니다. 그리고 또 다행스럽게도 우리 대학은 위기국면 마다 교수님들의 의지와 지혜를 모아 기회로 전환하는데 능한 면이 있습니다. 한 마디로, 우리 대학 교수회는 부족한 법적 뒷받침을 건전한 민주시민의식으로 메움으로써 그런대로 해나왔다고 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그러나 그간의 교수회 활동을 뒤돌아볼 때 우리 대학 교수회가 가진 전통과 다행스러움은 묘수는 될 수 있을지언정 정수는 될 수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위기 때마다 “신의 한 수”를 찾아 둘 수 있다는 보장이 없습니다. 결국 교수회와 대학평의원회가 법정사항이 되도록 고등교육법을 개정하든가, 아니면 국립대학법 같은 것을 제정해야 합니다. 이 일이야말로 국립대학교수회연합회 차원에서 지속적으로 노력해야 할 과제라는 생각이 듭니다.
> 2017년 11월 9일, 국회는 고등교육법의 대학평의원회 관련조항의 개정을 의결함. 대학평의원회의 위상은 총장의 자문기관이고, 구성은 교수, 직원, 조교, 학생의 네 구성원 가운데 어느 한 구성원이 반을 넘을 수 없다는 내용임. 그동안 모든 국립대학교수회가 바라던 모습과 거리가 먼 개정임. 국립대학교수회의 활동과 거점국립대학교수회연합회의 활동에 아쉬움을 표하지 아니할 수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