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길 (제17대 교수회부회장, 해양식품생명의학과)
경상대학교 제10대 총장임용후보자 선정을 위한 정책토론회가 2016년 2월 16일 통영캠퍼스의 제1차 토론회를 시작으로 2월 18일 칠암캠퍼스에서 2차 토론회, 2월 23일 가좌캠퍼스에서의 3차 토론회를 끝으로 순차적으로 마무리를 짓고 제 10대 총장임용후보자 선정 절차를 대과 없이 마무리하게 되었다.
사실 우리대학 총장임용후보자 선정은 교수들의 압도적인 지지로 직선으로 후보자를 선정하도록 의견의 일치를 보았으나, 교육부의 유, 무형의 압력과 대학본부 측의 비겁하고, 교묘한 기만책으로 차일피일 기일을 넘기게 되었다. 당시 교수회에서는 직선제 회복을 갈망하는 구성원의 의사를 무시해 대학의 민주주의를 심각하게 훼손하고, 임기 내 총장 선출이라는 약속을 파기해 구성원을 기만한 대학본부 측에 강력한 항의와 이의를 제기하기도 하였으나 대학본부의 비굴함에 우리대학은 교육부장관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한 총장을 맞이해야하는 초유의 사태에 봉착하게 되었다.
이후 2015년 12월 15일교육부가 국립대학 총장임용제도 보완 방안을 발표하기에 이르렀고, 우리대학 교수회에서는 2016년 1월 18일부터 약 4일간 ‘경상대학교 총장임용후보자 선정에 관한 규정’ 개정안에 대한 서면표결을 실시, 633명이 투표에 참여 찬성 577명, 반대 47명, 무효 9명으로 “경상대학교 총장임용후보자 선정에 관한 규정 개정안”이 가결되었다. 이안을 토대로 3회에 걸친 정책토론회를 개최하였고, 이후 교수와 직원 학생들이 참여하는 정책평가와 공개토론회의 현장평가를 통해 경상대학교 제10대 총장임용후보자를 선정하게 된 것이다. 필자는 이러한 과정을 거쳐 경상대 총장임용후보자를 선정하게 된 그간의 과정, 또 처음으로 정책토론회가 개최되었던 통영캠퍼스에서 사회를 본 소회를 일괄해서 정리해 보고자 한다.
국공립대학의 총장 선출은 군부독재를 종식시키고, 민주주의의 가치와 이념을 국민의 이름으로 되찾고 그 정신을 온전히 이 땅에 심은 것을 기반으로 태동한 민주화의 숭고한 산물이다. 그런데 보수진영이 정권을 잡으면서 대학의 총장직선 선출방식이 대학 내의 파벌을 조성하고, 논공행상식으로 보직을 나누어 가질 뿐만 아니라 종국적으로 대학의 건전한 발전을 해친다는 논리로 총장 직선제에 대해 강한 거부감을 표출해 왔다. 사실 총장직선을 못마땅해 왔던 보수진영은 정권을 잡자마자 칼자루를 쥔 망나니처럼 법적으로 임기가 보장된 공공기관장의 명줄을 끊고 논공행상식 낙하산 인사를 서슴지 않는 막가파식 오기인사의 본방임을 저들 스스로 자인해 왔음에도, 오히려 직선제로 총장을 선출하는 학칙을 바꾸지 않는 대학에는 다양한 방법으로 재정지원을 않겠다는 소위 국공립 대학의 돈줄을 조이는 정책으로 총장 간선제를 유도하여 왔다. 이에 따라 대부분의 국공립 대학에서는 울며 겨자 먹기로 총장선출 규정을 바꾸지 않으면 안 되었고 우리대학도 예외가 될 수 없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러나 2015년 8월 부산대학교 고현철 교수님이 총장 직선제 수호를 외치며 투신하는 사건이 일어나면서 전국적으로 총장 직선제 회복 열풍이 불기 시작하였고, 전국국공립대학교수회 연합회를 중심으로 교육부가 부당하게 지운 굴레에서 벗어나고자 직선제 관철투쟁을 이끌었던 것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대학을 제외한 대부분의 국공립 대학은 온전한 직선제 총장선출제도를 되찾아 오는데 실패하였고 우리대학도 예외가 아니어서 어느 정도 교수들의 의사가 존중되었다고 하는 어정쩡한 형태의 총장임용후보자 선정에 관한 규정 개정안을 가지고 지난 2월말 최종적으로 총장임용후보자를 선출하게 된 것이다.
초등학교 반장과 전교어린이회 회장선거도 고사리 손으로 직접 선출하는 마당에 지성의 전당이라고 하는 대학 총장 선거를 권력과 금력으로 무력화시키고 대학 내에서 무슨 못된 악습이라도 행하는 양 언론을 통해 매도하는 그런 정책과 정치 앞에 총장 직선을 부르짖던 대학사회는 제대로 힘 한번 못쓰고 무너져 내리고 말았다. 지난 4.13 총선 결과를 보라! 비박이니 친박이니 하는 계파정치, 친박 내에서도 진박이다 아니다 하는 패거리정치가 국민들로부터 얼마나 외면 받은가를 뼈저리게 느꼈다면, 또 회전문 인사, 낙하산 인사로 치부되는 정부의 인사정책이 국민과 매스컴으로부터 비난의 물대포를 맞고 있다는 사실을 안다면 정책당국은 대학 총장선출 방식에 대해 이렇다 저렇다 비판할 자격이 없는 것이란 사실이 자명해진다는 것이다. 총장선출방식은 그렇다 치자, 정부의 요구대로 간선제로 총장후보자를 선정한 후에도 수년간 아예 발령을 내지 않는다거나 추천된 복수의 후보자 중 구성원의 의사를 무시한 차 순위의 후보자를 발령 낸다거나 하는 비상식적 인사쯤이야 아랑곳하지 않았다.
대학의 총장선출 및 임용과 관련한 최근의 정부인사 정책을 복기해보면 “너희들이 아무리 들고 일어나고 떠들어 보았자 순식간에 사라질 만경창파 앞의 일엽편주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는 사고를 가진 정부당국자와 우클릭된 권력의 공고한 인사정책과 낡은 편견에 부화뇌동하는 관료들이 “칼자루를 쥐고 있는 이 정부가 존재하는 한 이러한 대학의 인사정책 변화는 꿈도 꾸지마라”며 압박하는 모양새였다.
이러한 압박에도 불구하고 정책평가와 현장평가를 통해 우리대학의 총장임용후보자를 선정하겠다는 새로운 총장임용후보자 선정에 관한 규정 개정안은 직선제적 향신료 냄새가 물씬 풍겨난다는 세간의 평가에도 불구하고 교수, 교직원들이 양보와 타협을 통해 가다듬고 탈고한 경상대학교 고유의 규정개정안으로 최근 다른 대학에서도 벤치마킹할 사례로 회자되고 있는 뛰어난(?) 작품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이 작품을 토대로 정책토론회가 시작되었는데, 칠암과 가좌캠퍼스의 동료교수들이 많이 참석하지는 않았지만 해양과학대 교수들 대부분이 참석한 통영캠퍼스의 제1차 정책토론회는 참석하신 교수들의 깊은 관심 속에 진행자와 총장임용후보자 그리고 후보자 상호간에 편견과 오점을 남기지 않고 잘 마무리 된 것으로 평가하고 싶다.
일부 후보자 상호간에 과거의 일로 다소 불편한 질의, 응답이 오갔지만 사회자의 응급처치와 무리없는 진행으로 성공적으로 토론회를 이끈 것으로 자평하고자 한다.
정책토론회를 기획하고 준비한 분들에게 감사를 전하고 싶고, 또 최종토론회와 현장평가에서 보여준 교수, 교직원 여러분의 적극적인 참여와 행사의 전반적인 진행을 이끌어 주신 경상대학교 총장임용추천위원회 위원여러분께도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제10대 총장이 임용된 현 시점에서 아쉬운 점이 있다면 경상대학교 구성원 다수의 뜻과 의견을 무시하고 아무런 논리나 해명 없이 그 뜻에 반한 총장임용을 강행한 교육부의 옹골찬 인사정책에 힘없는 평교수 입장에서 한없는 서글픔이 밀려온다는 사실일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서글픔도 오기와 권력 남용으로 점철된 박근혜정부의 탄핵과 함께 물거품처럼 사라져 버렸다. 대통령, 장관, 총장 평생하는 관직이 아니다. 내로남불식의 아집과 독선이 어떤 식으로 최후를 맞이하였으며 사려져 가는지를 역지사지의 지혜로 삼아 힘을 가진 자의 오만함과 교만함이 스스로를 가두어 버리는 일이 없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친구처럼 소통하면서 구성원들과 함께하며 마지막까지 멋지게 웃으며 떠날 수 있는 리더를 만날 수 있길 기대하는 것이 더 이상 허망한 꿈이 아니길 바라면서...